ICJ 재판에 상대국이 불참하면 자동으로 이길까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국가 간 소송에서 상대국이 법정에 나오지 않거나 변론하지 않아도, 제소한 나라가 자동으로 이기지는 않는다. 재판소는 그 사건을 재판할 권한이 있는지, 청구가 사실과 법에 근거하는지를 직접 심사해야 한다. 불참은 소송을 저절로 끝내는 방법도, 상대에게 승소를 선물하는 행위도 아니다.

불참해도 청구의 근거는 심사한다
ICJ 규정 제53조는 한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거나 사건을 방어하지 않을 때, 다른 당사자가 자신의 청구에 유리한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청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재판소가 그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규칙은 아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판단 전에 충족해야 할 조건을 붙인다. 재판소는 규정 제36조와 제37조에 따른 관할권을 가지고 있으며, 청구가 사실상·법률상 충분한 근거를 갖췄다는 점을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의 반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소국이 낸 주장을 모두 사실로 취급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A국이 B국의 조약 위반을 주장하며 배상을 청구했는데 B국이 변론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자. A국은 여전히 어떤 의무가 존재했고 어떤 행위가 그 의무를 위반했는지 뒷받침해야 한다. 배상을 요구했다는 사실과 그 청구가 인정되는 것은 별개다.
관할권을 받아들였는지와 출석했는지는 다르다
ICJ의 국가 간 쟁송 관할권은 국가의 동의에 기초한다. 동의는 해당 분쟁을 맡기기로 한 별도 합의, 발효 중인 조약의 재판 관할 조항, 서로 적용되는 강제관할권 수락 선언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각 근거가 어떤 분쟁과 기간을 포괄하는지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미 적용되는 관할권 근거가 있다면, 한 나라가 나중에 출석을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근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그런 근거가 없는 사건에서 상대국의 불참 자체가 관할권에 대한 동의가 되지도 않는다.
관할권이 있는지를 두 나라가 다투면 재판소가 결정한다. 규정 제36조 제6항의 내용이다. ‘우리는 재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부 발표와 ‘재판소에 관할권이 없다’는 사법적 결론을 같은 것으로 읽으면, 절차의 현재 위치를 잘못 짚기 쉽다.
뉴스에서 ‘불참’ 다음에 볼 내용
기사에 어느 나라가 재판을 보이콧했다고 나오면, 먼저 어떤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본다. 특정 구두심리에 나오지 않은 것인지, 서면 제출이나 변론 전반을 거부한 것인지에 따라 실제 참여 범위가 다를 수 있다. ICJ 규정 제43조는 소송 절차를 서면과 구두 단계로 나눈다.
그다음에는 재판소가 지금 내린 판단이 관할권에 관한 것인지, 청구의 본안에 관한 것인지 살핀다. 관할권 판단은 그 사건을 다룰 권한의 문제이고, 본안 판단은 제기된 법적 청구가 타당한지의 문제다. ‘불참 속 심리 진행’이라는 제목만으로 어느 나라의 위법이나 배상책임까지 확정됐다고 읽을 수는 없다.
실제로 판결이 내려진 뒤에는 누구에게 어떤 의무가 생겼고 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다음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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